"리눅스"로 읽는 맑스의 『자본론』
20세기 맑스는 『자본론』만큼 다채로운 논쟁에 연루된 책도 없다. 식자층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본론』을 읽고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서 눈뜨게 되었는데, 일제하에서도 많은 조선의 지식인 청년들이 자본론의 요약본을 읽고 사회주의자를 자처했고, 독재시절 대학생들이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이 책과 관련된 한국과의 인연은 깊다.
그렇다고 이 유서 깊은 『자본론』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돈이 돈을 낳은 세상'인 자본주의를 분석한 책이니까 말이다. 돈을 낳을 수 있는 돈은 아주 특별한 돈이며, 여기서 '자본'이라고 불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닉스라는 프로그램을 보자.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윈도우 환경은 유닉스에 기반하고 있다.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의 지식과 정보, 노하우들을 매뉴얼로 만들어 낸 것이 유닉스이다. 유닉스라는 프로그램 속에는 이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으며, 시장에서 사고 팔린다. 유닉스의 프로그램을 최초 개발한 빌 게이츠는 세계 최대의 부자 중에 하나다. 빌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재단의 최대주주이며 그것의 운영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재단은 유닉스 프로그램처럼 시장에서 내다팔릴 수 있는 가치를 가진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이며, 최초의 투자한 돈이 더 많은 돈을 낳는 투자가치가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에 주식투자하여 순수익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식투자자들조차도 이 회사의 가치가 커져가는 이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프로그래머, 다자이너, 운영기획자 등의 수많은 지식노동자들이 노고가 그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유닉스 운영체제는 빌게이츠 개인의 두뇌를 떠나 집단적인 작업의 산물인 것이다.
자본론과 리눅스
맑스의 『자본론』은 돈이 돈을 낳게 되는 비밀에는 바로 집단적인 노고가 들어간다는 것을 파헤친다. 그것은 노동자라고 지칭되는 집단이며, 회사의 주식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의 이유는 시장에서 잘 팔려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잘 팔리게 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맑스의 『자본론』은 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한 책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맑스는 공산주의라는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미래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그것은 돈이 돈을 낳는 사회인 자본주의에서 사는 노동자들이 그저 자신의 집단적인 노고를 소모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체행동에 돌입한다는 의미이다. 이 단체행동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리눅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리눅스커널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리누즈 토발즈에 의해서 창시된 새로운 운영체제이다. 유닉스는 자신의 운영체제의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데 반해 리눅스는 운영체제의 노하우를 모두 공개한다.
리눅스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귀여운 북극펭귄의 로고를 가진 제품이 바로 리눅스다. 리눅스는 집단적 노고가 들어간 프로그램을 개인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공유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집단의 노고에 대해서 응당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짜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공유를 통해서 집단의 창조물로 남는다. 맑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만국의 리눅서는 단결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공유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리눅스를 사용하고, 그것의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여러 국적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 프로그래머와 캐나다 사용자가 만나고, 호주 디자이너와 한국 프로그래머가 만날 수 있다. 맑스가 노동자협회라는 제 1인터내셔널에서 "노동자들에게 조국이 없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맑스의 사상이나 리눅스를 무국적어인 에스페란토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맑스가 본 자본주의
가난한 연구자 맑스는 19세기 초기 자본주의를 겪었는데, 그가 본 사회현상은 매우 심각한 빈부격차와 아동노동의 착취에 이르는 사회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는 친구인 엥겔스의 도움으로 『자본론』이라는 아주 두꺼운 책을 쓸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가난한 자, 밑바닥의 사람들, 못가진 자의 입장에서 본 자본주의를 서술한다. 그가 보기에는 사회 불평등의 기원에는 사적 소유를 기반으로 한 자본, 개인에게 독점된 돈이 돈을 낳는 사회가 있었다. 『자본론』은 아주 두꺼운 책이라 많은 국가의 검열관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는 이유로 검열을 무사히 통과시켜 주었다. 그 덕택에 많은 노동자들이 자본론을 읽을 수 있었으며, 이 책을 읽으면서 자본으로부터 해방된 사회를 꿈꿀 수 있었다. 결국 꿈은 이루어진다. 많은 국가에서 사회변혁과 노동자 권리를 향한 운동이 전개되면서 사회 불평등의 기원에 있는 자본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한 다채로운 실험이 이루어졌다. 탐욕스럽게 욕망을 증대시키는 자본이라는 화폐 대신에 지역공동체의 공통의 부를 위한 지역화폐공동체의 실험이 그러한 것이며, 이 화폐에 대한 디자인의 핵심에는 바로 리눅스가 있다. 이것은 리눅스처럼 가치가 공유되는 새로운 화폐를 의미한다.
맑스의 『자본론』과 리눅스와 같은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을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은 다르지 않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맑스의 『자본론』은 자본주의가 필연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리눅스처럼 자유의 영역을 만들어가자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이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자본론』을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데, 그것은 매우 옹졸한 주장이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살아가면서도 대안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맑스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을 넘어선 연대, 착취를 넘어선 공유,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선 평등한 사회의 구성이 지금 바로 가능하다는 것이 이 사상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공유를 주장하는 리눅스와 같은 프로그램은 가장 맑스의 사상을 잘 계승하였다고 볼 수 있다.
[출처] 리눅스로 읽는 맑스의 자본론|작성자 신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