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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레벨 벨런싱 설계 (4)

by 랭님 2013. 10. 24.

4장 온라인 RPG 에서의 레벨 설계



이제까지는 패키지 게임을 위주로한 벨런싱 방법에 관하여 알아 보았다.

그러나, 온라인 RPG에서의 벨런싱은 패키지 게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온라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좀 더 벨런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고삐를 갖춰야 하는데 온라인 RPG의 벨런싱이 난해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시간에 따른 유저수(users)의 유동적 증감 : 몬스터를 자원으로 보았을 때 유저수가 증가하면, 자원의 고갈이 일어나고 유저수가 감소하면 자원의 잉여가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고정된 벨런스는 붕괴의 위험이 있다.

  2. 상이한 레벨의 캐릭터가 공존함 : 고레벨의 캐릭터는 저레벨의 캐릭터를 속성으로 키워줄 수 있다. 저레벨을 위한 플레이 지역의 벨런스가 고레벨로 인해 파괴될 수 있다. 고레벨은 캐릭터의 이익을 위해 게임 벨런스를 희생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3. 기타 온라인 특성 문제 : 돈복사, 아리랑치기(경험치배분문제), PK, 해킹 등으로 인한 벨런스 위협

이에 대해 디자이너는 먼저 온라인 RPG라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온라인 RPG는 변화하는 세계이다.'


온라인 RPG는 고정된 세계가 아니다. 게임에서 어느 정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시장을 만들어 거래를 하고, 길드를 조직하고, 결혼을 하고, 그들만의 관계법을 창조하게 된다.(필자는 이러한 것을 내부문화의 발생이라고 부른다.) 게임의 초기에는 시스템의 불안정을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는 플레이어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실제의 세계도 마찮가지이다. 특혜를 취하는 소수의 인간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플레이어가 대다수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들이 폭리를 취하는 루트를 알아내어 막게 되면,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 문제를 막으면, 또 다른 문제.. 또 다른 문제.. 이러한 과정에서 온라인 RPG 게임은 점차 기존의 플레이어를 위주로 혜택을 주는 폐쇄적인 절차를 밟아가게 될 위험이 있다.

어쨌든 좋다. 이 세상은 아주 머리가 뛰어나고 능동적인 소수의 사람들이 벨런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다. 유대민족은 수천년 동안의 상업을 통한 노하우를 세계경제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경제 조정(조종?) 방식이 부의 균등한 분배가 아니라, 몇 개의 파워포인트를 통한 흡수와 방출의 제어이기 때문에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이러한 불균형의 균형을 잡고 이익을 얻기 위해 약자를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방식(이라고 보이는데..)이 반드시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세계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하에서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게임이 고달프고 살기 힘든 세상과 동일하다면 누가 그 게임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10명의 플레이어 후보가 있다면, 이 10명의 플레이어 후보 중 8명이 1등, 최고가 되고 싶어한다. 실제의 세상은 그것을 용이하게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명이 함께 모여 있는데 모든 사람이 다 보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쟁, 분쟁, 당파와 같은 현상이 생겨나게 된다. 소수의 뛰어난 자들은 현실의 마피아와 같이 시스템의 버그를 침투하며 이기적으로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교육받아온 것이고 우리 세상의 목적이다. 몇 마리의 미꾸라지는 온 물을 진흙탕으로 바꾼다. 모든 사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는 언제나 온라인 게임 디자이너의 화두이다. 어쨌든, 이 시간에는 이러한 문제 전반에 걸쳐 논의하지 않는다. 좀 더 커다란 시스템 벨런싱에 관한 문제는 더욱 더 많은 실험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단지, 나는 위에서 제시한 시간에 따른 유저수의 증감에 따른 문제에 대해 좀 더 휴율적인 대처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유저수의 증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장치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따라, 운영자가 게임의 벨런스 자체를 조작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장치가 부수적으로 더 필요하다.

  1. 시간대별 통계치 : 년별, 월별, 일별, 시간별 유저의 접속 빈도와 총 유저수, 플레이 시간 등을 통계자료로 만들어 놓으면 상황을 예측하기가 쉬워진다. 과부하가 안 걸린다는 전제하에서 유저수의 체크빈도를 좀 더 정밀하게 만들면 시스템 상에서  자동으로 벨런스를 맞추어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몬스터/아이템 출현 빈도의 조정 : 유저수가 폭주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몬스터와 캐릭터가 가득히 매운 화면에서 캐릭터는 움직이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특정 지역의 몬스터나 아이템이 기준 수치에 비해 자주 나타나게 하거나 드문드문 나타나게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3. 몬스터의 경험치(혹은 레벨업 기준) 조정 : 이는 주요한 방법으로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싶지는 않는 방식인데, 왜냐하면, 게임으로서의 기준이 사라지며,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져 업그레이드시에는 전반적인 수치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4. 운영자/도우미 캐릭터의 특수 스킬 : 필요에 따라 제작한다.


개발사에서 흔히 얘기되어 지듯이 온라인 RPG와 같은 경우는 '개발을 완료했다'는 것은 '이제 게임이 돌아가는 수준이며, 운영을 시작한다.'라는 뜻이다. 원론적인 얘기일지는 몰라도, 안정적인 게임 서비스를 위해 광범위하고 오랜 BETA TEST의 준비가 필요하며, 수많은 유저를 응대할 수 있는 운영자 교육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도 상용화 서비스를 위한 빌링 시스템의 구축이나 사용자 요구에 따른 수많은 업그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UO를 제작한 리처드 게리엇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우리가 의도하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 방대한 량의 피쳐(FEATURE)를 디자인하여 게임 안에 넣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서비스 했을 때, 유저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의도한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절반 이상의 디자인을 버리고, 유저의 요구를 따라 많은 량의 피쳐를 다시 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에 따라 발생하는 유저들의 이합집산은 그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스스로 팀을 이루고, 스스로 연애와 결혼을 하기도 하며, 스스로 문화와 법을 만들고 나아가 스스로 국가와 정부를 조직한다. 그들은 게임을 통하여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 볼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상적인 행동은 옆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그것은 빠르게 게임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그것은 디자이너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 RPG 게임 레벨 벨런싱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여러가지 요소가 영향을 주고 받지만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1. 어떤 지점에서 유저들은 때거지로 모여든다 : 가장 좋은 예가 처음 시작하는 지점이다. 로그인하여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지점을 분산시켜놓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바글거리는 캐릭터와 메시지로 가득찬 화면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자연적으로 몇 개의 지점이 생겨난다. 이러한 지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지점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경우 지점에 몰려든 캐릭터들을 분산시킬 어떤 방안이 있느냐가 문제이다.

2. 캐릭터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따르지 않는 루트를 간다 : 다수의 사용자를 수용하기 위해 높은 자유도를 주어야만 한다. 자유도가 높을 수록 모든 플레이어는 전부 다른 스토리를 지니게 되며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그러므로, 몬스터의 배치는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운영상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배치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게 하면 점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의 레벨 성장 벨런스를 맞추기 위해, 모든 플레이어가 필수적으로 지나갈 수 밖에 없는 그러나 쉽게 지나갈 수는 없는 관문들을 두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맵은 확장성을 고려하여 넓게 디자인하고 점차 활성화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빠른 이동수단(예를 들자면 지점간 텔레포트)과 거점(집이나 길드 아지트 등)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동은 유동적이 될 것이며, 인구의 분포는 가장 적절한 위치를 잡게 될 것이다.

조금은 두서 없는 글이 되었다. 요점은 게임이 진화한다는 것이며, 유저, 게임, 개발자(운영자)가 진화의 세 가지 축이 된다. 많은 경우 게임의 진화와 함께 기존의 문제가 해결되고 새로운 문제가 생겨나지만, 보안대책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소홀히 한다면 게임의 벨런스를 떠나 게임 서비스 자체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즉, 운영에 의해 카바될 수 있는 부분과 수시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