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산업의 집중도
우리 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위 3개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더하여 3사집중도
(3firm concertration)라는 지표를 발표한다. 만일 어느 산업에 단 세 개의 기업만 존재한다면 그 산업에서의 3사집중도는 100%가 될 것이다. 그에 비하여 어느 산업 내의 세 개의 상위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것이 10~20% 정도라고 하면 이 산업은 비교적 경쟁적인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력산업, 전기통신산업처럼 어느 산업에 한 기업만이 존재한다면 이런 산업 내에서는 경쟁이 있을 수 없고 지배적인 기업이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례로 한국의 주요 산업의 수익률을 보면 여러 산업 내에 소수의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점산업에서는 대개 기업들이 가격경쟁을 자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점기업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가격담합행위 또는 독점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저촉이 되지만 실제로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의 집중도 측면에서 볼 때 반도체산업에는 많은 경쟁자가 있고, 기존 경쟁자들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특히 일상재인 메모리분야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다수 경쟁에 참여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에 반해 비메모리분야의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예로 들자면 Intel이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거의 독점상태에 있으며 Motorola나 AMD, Cyrix 등이 몇몇 기술력 있는 회사만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높으며 따라서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이 산업이 집중되어 있을수록 즉 그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수가 적을수록 산업의 전반적인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며, 그 산업이 경쟁적일수록, 즉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할수록 산업의 수익률은 낮아진다.
둘째, 경쟁기업의 동질성과 이질성
동일산업 내에서 기업들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단순히 참여하는 기업의 수뿐만 아니라 그 기업들의 전략, 목적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전략, 목적 등의 유사할 경우에 훨씬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담합을 하기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 1960년대 미국의 철강산업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비용구조를 갖고 있었고 모두 단기적인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와 같은 동질적인 미국 기업들끼리는 담합에 의해 가격경쟁을 자제하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출하여 장기적인 이윤극대화 목표하에 적극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시장점유율을 넓히는 전략을 취함에 따라 미국 철강산업 내에서의 공존은 깨지고 산업 전반적으로 가격경쟁이 불붙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국제경쟁이 심화될수록 이질적인 목표나 전략을 가진 국제기업들과 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들간에 암묵적인 담합을 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의 가격과 행동, 자신이 가격을 낮추었을 때 그에 대한 상대기업의 보복 등은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반면, 외국기업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산업은 이미 글로벌산업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에 이질적인
국제기업들간의 경쟁이 심해져서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OPEC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석유카르텔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 것 역시 산유국들의 상이한 생활수준, 문화적인 차이, 경제수준, 종교적인 차이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쿠웨이트와 같은 인구가 아주 적은 국가는 원유의 산출량을 줄여서라도 석유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싶으나, 베네주엘라나 이라크와 같이 전반적으로 가난한 국가에서는 유가를 낮추더라도 산출량을 늘려서 단기간에 많은 수입을 얻으려고 한다. 이와 같이 목적이 상이한 기업들이 산업 내에서 경쟁할 경우 기업들간에 공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격을 높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산업 내에서 기업의 규모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 하는 점 역시 산업 내의 경쟁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조직론의 연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기업들의 규모가 비슷할수록 훨씬 경쟁의 강도가 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 내에 지배적인 기업이 존재할 경우에, 즉 어느 기업의 규모가 다른 경쟁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큰 경우, 작은 기업들은 큰 기업에 대항하여 가격경쟁을 하기 보다는 큰 기업이 정한 가격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즉 지배적인 기업의 선도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일본의 자동차와 전자산업에는 각각 Toyata와 Matstshita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자동차산업에서 Toyota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Honda나 Nissan과 같은 기업들은 Toyota가 정하는 가격수준에 따라서 자사 차종의 가격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 가전산업의 경우에 있어서도 Matsushita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들은 Matsushita의 가격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고 기업간의 크기가 비슷한 경우에는 가격경쟁이 훨씬 치열한 편이고 때로는 원가 이하의 덤핑경쟁도 일어날 수 있다.
셋째, 제품차별화
산업 내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이 동일할수록 소비자들은 특정회사제품을 선호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입장에서는 동질화된 제품들에 대해서 가격 외에는 경쟁할 만한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제품을 우리는 일상재(commodity)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메모리형 반도체인 128M DRAM이나 256M DRAM은 일상재이다. 메모리형 반도체는 품질과 디자인면에서 어느 회사의 제품이든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컴퓨터를 구입할 때 컴퓨터가 원활히 작동되기만 하면 그 안의 메모리칩이 삼성제품이든 Toshiba제품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와 같이 일상재의 경우에는 가격 외에는 다른 경쟁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와 반대로 제품차별화가 많이 된 기업일수록 예를 들면 의약품 혹은 빵·과자와 같이 소비자들의 제품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을 피하고 광고나 신제품발매 등의 차별화기법으로 경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차별화된 산업일수록 수익률이 높고, 차별화가 적은 산업 즉 일상재에 가까운 산업일수록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산업을 제품차별화측면에서 볼 때 DRAM은 일상재화이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치열하며 따라서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ASICs과 같은 비메모리분야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차별화가 가능하며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넷째, 초과설비
다섯째, 비용구조
각각의 산업에서 기업들이 어느 정도 가격경쟁을 하는가는 산업의 비용구조에 따라 다르다. 비용구조는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의 비중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항공 운수회사들은 국내선의 경우는 정부규제에 따라 가격을 변화시킬 수 없으나, 국제선의 경우는 비행기의 좌석이 얼마만큼 남아 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수시로 달라진다. 왜냐하면 여객기 운행비용은 좌석이 얼마만큼 채워졌는가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즉, 손님을 한 명 더 태우는 데 추가되는 가변비용은 거의 없으며, 일단
출발하면 비행기는 새로운 손님을 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륙 시 비어있는 좌석의
가치는 영(0)이 되는 것이다. 비행기의 출발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항공사는 비행기표가격을 반 또는 그 이하로라도 인하하여 빈 좌석을 채우려고 한다.
화학산업, 철강산업, 타이어산업 등과 같이 고정비용이 큰 산업에 있는 기업들도 가변비용을 상회하는 한 얼마든지 그 고정설비의 유휴도를 낮추기 위하여 가격을 인하하려는 인센티브가 강하다.
반도체산업의 비용구조를 살펴보면 자본설비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원재료비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M DRAM의 개발에는 15개월 동안 개발비용이 235억원이 들었지만, 256M DRAM에는 30개월에 1,700억원이나 들 정도로 많이 소요되었다. 또한 시설투자비용도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Dataquest는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서두르고 있는 0.13㎛ 공정의 300mm(12 inch) 웨이퍼 가공 Fab(월 30,000 wafer)에 약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반면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고 유통비, 운송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에서 1~2% 정도로 아주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고정비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업들은 생산설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가격경쟁을 시도할 유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모든 분석을 종합해 볼 때 일상재인 메모리형 반도체시장에서의 기존기업간의 경쟁은 심한 편이며 이는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 마이클포터의 산업구조 분석기법(3)|작성자 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