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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가 뭐지? 내 책임이 아닌데?(펌)

by 랭님 2009. 7. 24.

얼마전 uxfactory.com에서 "8. UX는 한 사람이나 특정 부서의 역할이 아니다"를 두고 온라인 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황리건님께서 직접 저를 호명해 주셔서 짤막한 댓글을 하나 달긴 했는데, 그 글을 좀 풀어써볼까 합니다. 제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길겸 해서요.

저는 이런 토론을 할 때 UX(사용자 경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겠습니다.

USER experience와 user EXPERIENCE에 대해 1)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품에서 그런 것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2) 지식과 기술

여기에서 USER는 제품이 포함되는 시스템(사람과 물건으로 구성된 체제)에 영향을 주고 거기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보는 것이고, EXPERIENCE는 감정적, 신체적, 이성적 등등의 모든 경험, 그리고 기대하는 경험과, 체험하는 경험, 기억하는 경험을 총칭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소프트웨어의 실행시간이라는 사안에 대해 순수하게 공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아키텍처를 생각하고 알고리즘과 코드 최적화를 고려하겠죠. 하지만 "사용자 경험" 입장에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사용자인지, 그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할지를 고려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죠.
 
왜 그렇게 하나요? 두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둘 중 어느 하나로부터 더 나은 성능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요? 실제 시간과 지각하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고, 사람의 기다려주는 관용도에도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은행에 들어와서 앞으로 얼마나 기다려야할지 정보를 얻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양자를 비교할 때 전자의 경우에 느낀 시간이 더 짧다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이 인지하는 시간의 속도는 비선형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스티븐 서우(Steven C. Seow)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범죄 심리학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따고 시간 지각에서의 왜곡 현상에 대해 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그러고는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MS에서 사용자 연구자(User Researcher)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쓴 책이 있습니다. Designing and Engineering Time입니다. 부제가 The Psychology of Time Perception in Software 입니다. 제가 이야기한 소프트웨어에서 시간 지각이라는 주제로 책 한권이 쓰여진 겁니다.

이렇게 시간이라는 물리적이고 정량적인 개념도 사실 "사용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UX를 고려하지 않는 조직은 이런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차원을 무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멀지않아 그 조직에 치명적인 타격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자, 정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원래의 명제로 돌아가서 UX 역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위 정의를 잘 생각해 보면, UX 역할이라는 것은 기다 아니다의 흑백 선택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스펙트럼 같은 것이 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저는 맨처음 언급한 8번 명제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Just because something is beyond your current skill set doesn’t mean it’s beyond your current scope of responsibility. --Cem Kaner

패턴의 아버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도 자신의 저작을 통해 여러번 역설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건축은 프로세스를 통해 책임을 너무 세분화해 버려서 누구도 최종 거주자가 어떤 것을 느낄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UX는 우리랑 상관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조직이 있으면, 동시에 UX는 우리만의 책임이야라고 생각하는 조직이 한 회사 내에 같이 존재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계 긋기가 명확하지 않은 때가 많고, 그런 경계 긋기를 하는 사람이 그만큼 똑똑하지 못한 때가 많으며, 사람들은 그 경계 안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따라 맹점(blind spot)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국지적 최적화의 병폐도 생길 수 있겠죠.
 
저는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조직에서 사람들(곧 그 문화)이 USER experience와 user EXPERIENCE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경우, 어떤 UX 전문팀이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UX 전문팀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In the long run, a society's strength depends on the way that ordinary people voluntarily behave. Ordinary people matter because there are so many of them. Voluntary behavior matters because it's too hard to supervise everyone all the time.... This voluntary behavior is what I mean by "culture." --J. Fallows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 문제는 또 다른 토론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9/05/19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