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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

경상수지 적자가 왜 문제?

by 랭님 2009. 10. 21.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흑자를 보이다 올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경상수지가 무엇이고 경상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걱정을 하는 걸까요?

 

경상수지가 뭐죠?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과 상품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에다 해외여행, 특허권 사용료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 채권이나 주식투자에서 벌어들이고 지급하는 배당·이자 등을 기록하는 소득수지, 외국 친척에게 송금하는 돈 등을 계상하는 경상이전수지를 포함한 금액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8월까지 화공품, 선박, 반도체, 자동차 등을 3,003억달러 수출하고 원유, 기계, 철강재 등을 2,984억달러 수입하여 19억달러의 상품수지 흑자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해외여행, 특허권 사용료 등 지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가 138억달러나 발생하면서 소득수지 16억달러 흑자, 경상이전수지 23억달러 적자와 합쳐 경상수지 적자를 126억달러 보았습니다. 이러한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서 미국 6.2%(2006년 기준), 영국 3.9%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각각 GDP 대비 9.4%, 3.9%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지요. 여기에서 상품 수출이 상품 수입보다 많으면 상품수지 흑자라고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상품수지 적자라고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 소득 및 경상이전 수지도 수입이 지급보다 많으면 흑자, 반대의 경우에는 적자라고 합니다.

참, 신문에 종종 무역수지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무역수지란 통관기준 수출입(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금액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상품수지와는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개념입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경상수지 편제 기준에 따라 통관기준 수출입 금액에 소유권 이전 조정 등 약간의 가공을 거쳐야 상품수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외환위기 이후 흑자를 지속해온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004년 282억달러를 정점으로 흑자폭이 계속 축소되어 작년에는 60억달러의 흑자에 그쳤고, 올해에는 8월까지 126억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년중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원유와 같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다소 안정되었지만 유가의 경우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지난 7월에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는 등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똑같은 양을 들여오기 위해 두 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주 5일만 일하게 되면서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경제발전에 따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과 유학ㆍ연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랍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지출하는 여행비나 교육비가 크게 늘어났어요.

여기에 더해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아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수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이용하기 위해 해외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답니다. 최근에는 우리 기업의 중국 등에 대한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지출하는 광고비 등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죠?

경상수지의 적자는 그 나라의 소득이나 고용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상품 및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면 외국으로부터 사들인 재화와 서비스가 외국에 판 것보다 많으므로 수입을 통해 줄어드는 소득과 일자리가 수출을 통해 늘어나는 소득과 일자리보다 크게 되어 경제 전체적으로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이 발생하고 국민소득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면 외국에서 빚을 들여와 적자를 메꿔야 하기 때문에 외국 빚이 자꾸 늘어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원금상환과 이자부담이 커지고 대외신인도도 떨어져 나중에는 빚을 얻기조차 힘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소득보다 지출이 커 빚을 져야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가계를 꾸려가기 힘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흑자가 좋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도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그만큼 외화가 국내로 들어오게 되는데 외화를 번 사람들은 그 외화를 원화로 바꾸게 되죠. 그만큼 국내 통화량이 늘어나고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또한 무역상대국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수출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하게 하는 등 무역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출과 수입이 많아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소득이나 고용을 늘리고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잘하기는 힘든 것처럼 한 나라가 경상수지의 모든 구성항목에서 흑자를 내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도체나 휴대폰 같은 수출품을 많이 만들수록 특허권 사용료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적자를 보이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몇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원유 등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소비량이 많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에너지소비가 적은 자원절약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가계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기업들도 꼭 필요한 에너지만을 소비하는 효율적인 생산체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다른 하나는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을 열심히 해야 하고 수출품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 등을 국내에서 생산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외국의 기술을 사용하고 지불하는 금액이 줄어들고 주요 부품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역을 더 잘 개발하고 여행비용도 비싸지 않게 하면 외국관광객들도 더 많이 오겠지요.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해외유학에 들어가는 외화 지출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풀어 읽는 키워드>

◆ 통관기준 수출입

통관기준 수출입이란 상품이 우리나라의 관세선을 통과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수출입으로서, 여기서 관세선이란 무역에 있어 우리나라와 외국의 구분이 되는 선입니다. 이와는 달리 상품수지상의 수출입은 상품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수출입입니다. 가령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선박의 경우 관세선을 통과한 후 소유권이 이전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관기준 수출입과 상품수지상의 수출입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또한 통관기준 수출입과 상품수지상의 수출입은 각각의 금액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약간 차이가 있는데, 통관기준 수출은 본선인도가격(FOB가격)으로, 통관기준 수입은 운임 및 보험료포함가격(CIF가격)을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반해 상품수지에서는 수출입 모두 본선인도가격으로 작성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가 똑같이 상품수출과 상품수입의 차액을 의미하면서도 다른 이유가 두 종류의 수출입에 이러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작성 : 한국은행 조사국 안동준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