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이야기

엔캐리 트레이드란 무엇이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by 랭님 2009. 10. 21.

■ 엔캐리 트레이드란?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말 중국 증시 폭락을 시작으로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주식시장도 폭락하거나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세계금융 불안의 핵심 요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경제의 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무엇인지, 엔캐리 청산은 무엇인지, 우리 경제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 유럽 또는 신흥 아시아 국가의 통화나 금융자산 또는 실물자산에 투자하여 이익을 얻는 금융기법을 말합니다. 한편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란 이렇게 세계 금융시장에서 투자되거나 운용되고 있는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하죠. 일본의 금리가 높아져 일본 금융시장에서 투자해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또는 현재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에서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금의 일부를 회수하려고 하겠죠?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가 이루어진 국가에서 향후 이런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엔캐리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한 요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왜 엔캐리 트레이드가 많은가?

국경이 없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이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금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겠는데, 특별히 일본 엔화를 대상으로 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과거 10여년간 일본이 저금리 상태를 지속하고 엔화가 약세를 보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일본의 경제사정에 대해 설명해 볼까요? 일본은 1985년의 플라자합의 이전까지 미국이나 유럽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였습니다. 경제 이론대로라면 두 나라 국가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발생하면 환율이 변동하여 수출이나 수입에 영향을 미쳐 무역수지가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러나 일본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였음에도 환율이 하락(엔화강세)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약세를 유지하자 미국과 서방 선진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하여 일본 엔화의 환율을 바로잡기로 결의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달러당 엔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수출이 급감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경제 회복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고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부실이 발생하여 1990년대의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불황 극복을 위한 일본의 저금리정책은 일본의 국내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으나 엔캐리 거래를 유발하여 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즉 엔캐리 거래가 확대되면서 엔화가 해외 금융시장으로 빠져 나간 덕분에 엔화약세가 발생, 이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큰 덕을 본 것이죠. 아울러 막대한 자금이 해외에서 운용되어 투자수익을 올림으로써 국제수지가 장기적으로 흑자구조를 이루는 데에도 기여를 하였습니다.


■ 엔캐리 트레이드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엔캐리 트레이드는 결국 일본의 저금리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우선 국제적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즉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는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가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 미국의 주식시장은 물론 남미나 아프리카 등 세계의 모든 금융시장 및 실물시장에 유입되어 그 나라 경제 기초여건보다 더 높게 가격이 형성되는 버블 발생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또한 엔캐리 거래의 확대로 인한 엔화의 지나친 약세는 세계 시장에서 무역 상대국들의 원성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 등을 고려하여 엔화약세를 묵인해 왔으나 유럽 및 아시아 국가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죠.
한편 엔캐리 트레이드가 국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동안 엔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는 엔화가 약세, 즉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가 되는 효과를 가져와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물론 엔캐리 자금이 국내 증시 및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효과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 국가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과 청산시 미치는 영향은?

지난 2월말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차이나쇼크 이후 엔캐리 자금의 청산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청산이 대대적으로 확산되기보다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 이유로는 일본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하였으나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데다, 최근에는 뉴질랜드나 유럽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엔캐리 자금의 조달이 상당부분 자금여유가 있는 일본의 은퇴세대의 예금 등으로부터 이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이자수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들이 일본에서는 아직 이러한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점도 엔캐리 청산이 급격히 이루어지지는 않을 근거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이루어지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엔캐리 거래가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엔캐리 거래가 약화되는 것은 엔화 강세,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국내 수출업체로서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엔화로 표시된 자금(엔화대출 등)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원화기준으로는 상환부담이 늘어나므로 줄일 필요가 있겠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미리미리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작성 :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안형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