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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 이야기

대체복무제

by 랭님 2009. 3. 23.
출처 : http://explain.egloos.com/4021678

국방부가 저지르는 이런저런 '삽질'을 보고 있으니 그냥 갑갑할 뿐이다. '불온서적'을 선정한 일은 이제 애교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정권이 바뀌니 '대체복무제'는 없었던 일로 하고, 야전에 위관급 장교가 부족하다고 장교의 자기계발 기회를 무효로 돌리는 것(관련 뉴스)을 보고 있으니 '국방개혁'이라는 것이 군 스스로 반성하는 통렬한 자기 성찰 아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우리 어머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게 특정 종교에서 나오는 사람 아니냐고 말했지만, 이미 한홍구 교수가 지적했듯이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양심의 자유 문제는 특정종교 신도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종교신자, 나아가 모든 시민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며, '이 문제의 해결은 특정종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특정종교에 대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박해와 차별을 중지하자는 것'을 말씀드렸다(인용한 말은 국방부가 불온서적에 선정한 『대한민국史』에서 따온 것이니 참고하시길). 물론 어머니가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이해한다(이런 의구심은 비단 우리 어머니만 품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는 국방의 의무를 다른 형태로 이행하는 것일 뿐이지 결코 병역 기피가 될 수 없으며, 육군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병사의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복무 기간이 훨씬 긴 대체복무제를 병역 기피의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고사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신의 아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오늘날 현실에서 그네(여기서 '그네'는 앞으로 '돈'과 '빽'의 힘으로 '신의 아들'이 될 가능성이 큰 이들을 가리킨다)가 시간적 혜택도 없고 하는 일도 쉽지 않은 대체복무제를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쓸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그네처럼 '돈'이나 '빽'이 있지도 않은 대다수 젊은이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대체복무제를 선택할까?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이 대체복무제에 큰 매력을 느낄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국가인권위원회를 '좌파 정권'이 남긴 '눈엣가시' 쯤으로 여기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인권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방부는 그 선봉에 서서 인권을 사격장에 굴러 달리는 탄피만도 못하게 여기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