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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불교복지의 방향

by 랭님 2008. 9. 17.
종교사회복지포럼 ‘불교복지의 방향’ 조명

“수탁 운영 급급…신행차원 복지불사로”

교계시설 400곳 수적 성장 불구

최하층 이용률 저조-지역 편중

종교사회복지포럼(회장 권경임)이 9월 25일 ‘시민사회에 있어서 종교사회복지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는 그 동안의 불교계 사회복지 관련 사업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이날 불교, 원불교, 가톨릭계의 사회복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시민사회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종교사회복지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불교계는 80년대 목동청소년사회복지관을 수탁 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회복지에 뛰어들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불교계는 50여개의 사회복지법인에서 400여개의 시설을 운영할 만큼 급성장했다. 물론 <한국불교사회복지총람>의 이 같은 통계에는 비인가 시설이 제외돼 있어, 양적인 면에서 사회복지 영역에서 불교의 역할은 지대하다.

◇불교사회복지 관계자들은 “불교사회복지는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복지관의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고 있는 어르신들 모습.

●자비, 사회복지의 시작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慈悲)’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불교의 중생제도에는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이미 들어가 있다. 고려나 조선시대의 사하촌 주민들이 궁핍한 시절 곳간을 열어준 스님의 자비심을 기리며 세웠던‘공덕비’는 사회복지라는 말 이전에 불교가 그와 같은 일을 중시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관련 학계에서 ‘새로운 모델의 종교사회복지’를 요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학계의 요구는 이렇다. 종교사회복지란 국가나 민간 차원 복지기관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 데, 장애인이나 무의탁독거노인 등과 같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계층의 자선구호에서부터 노숙자와 같이 사회의 구조개혁 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는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종교복지계가 자체적으로 자원을 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상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교계 복지시설 현황

<한국불교사회복지총람>(2000년)에 따르면 불교계는 50여개의 사회복지법인에서 400여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봉사를 위해 결성된 신행단체가 100여개 남짓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불우 청소년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기 위한 30여개의 장학회가 있을 정도로, 수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 복지시설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이용시설이 300여개, 수용시설이 100여개로 이용시설이 수용시설에 비해 3배 정도 많다. 수용시설이 이용시설보다 더욱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하층 사람들을 구휼하는 데 불교계의 복지 체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는 불교계 복지시설 가운데 90년대 이후 설립 및 위탁 운영하기 시작한 시설이 전체 시설의 73%에 이른다는 점에도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불교계 복지시설은 대상자나 지역분포에서 특정 분야에 편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설의 88.8%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이 역시 수도권이나 경상남북도 지역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자원봉사자나 후원금의 규모는 시설이 소재한 곳의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데, 자원봉사자의 경우, 1주일 단위로 활동하고 있는 평균 인원수는 29명이고, 가장 작은 인원은 5명, 가장 많은 인원은 120명이다. 후원자의 경우 역시, 1개월을 단위로 한 평균 인원수는 89명이었으며, 가장 작은 경우가 10명, 가장 많은 경우가 500명에 불과하다. 이는 소수의 시설만이 후원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책은

이에 따라 “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종교사회복지포럼 권경임 회장은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불교계는 우선 위탁사업에 치중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하고, 자체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양성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탁사업이란 ‘누가 어떤 혜택을 받을지’ 이미 결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불교계 복지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혜택의 폭을 넓힐 수 없다. 특히 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타종교와 비교해 불교계 복지시설 중에서 노숙자 보호 시설이나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수용하는 호스피스 시설이 부족하고 에이즈나 나병 환자의 수용 시설이 전무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와 함께 불교계 NGO의 활동방향이 생명을 가진 모든 중생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들을 구제하려는 불교정신을 기반으로 한 사회참여와 실천방향을 모색하는 데 주목, 이들과의 연계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이티에스나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등의 활동에 주목해야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국가나 민간 차원의 복지 사각 지대를 채워주는 소극적인 불교사회복지에서 공공역에서 개인의 생활권을 확보하는 보다 적극적인 불교사회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

인터뷰

권경임 종교사회복지포럼 회장

“복지관 못오는 노인에도 자비 베풀어야”

“불교계 복지 분야에서 그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 면에서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는 위탁에 의존하지 않는 불교사회복지의 장을 한시라도 빨리 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종교사회복지포럼 회장 권경임 씨는 불교계의 사회복지 영역에서 ‘자생력’이 가장 시급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녀에 따르면 불교사회복지는 국가나 민간복지의 사각 지대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설 위탁에 치중할 경우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다.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복지관의 수가 증가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그 수만으로 불교사회복지의 척도를 가늠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게 권 회장의 지론이다.

권 회장은 “복지관 위탁 운영하기에 앞서, 복지관에 오지 못하는 가장 소외받은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 요구되는 게 바로 인력과 재정이다. 타종교에 비해 노숙자 시설이나 간병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에이즈 환자 보호 시설이 없는 것도 인력과 재정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권 회장은 “‘불교사회복지학’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에 따르면 불교 사상과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게, 불교사회복지가 가장 소외 받을 사람에게까지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체계를 잡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복지란 쉽게 말해 복을 짓는 일”이라는 권 회장은 “복인(福因), 복행(福行), 복과(福果)라는 말은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지를 보여 준다”며 “불교사회복지의 과정, 즉 그 체계를 잡는 일에 불교복지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