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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방법론

애자일 도입에 대한 팀장과 사장의 대화

by 랭님 2009. 7. 24.

얼마전에 문의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팀장과 사장이 애자일 도입에 대한 대화를 할 경우 이런 대화가 될 것 같다 하고 보내주셨는데, 제가 보기에 나름 개연성도 있고 또 중요한 이슈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제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구체적 대화 내용은 제 나름대로 꾸며보았습니다.

사장 : 김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팀장 : 네. 저희 팀에 애자일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허락을 받으러 왔습니다.
사장 : 애자일이 뭔가요?
팀장 :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입니다. 어쩌구 저쩌구...(대략  5분이 흐름)
사장 :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는 잘 못알아 먹겠는데...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팀장 : 네.
사장 : 애자일을 쓰면 제품 출시일을 앞당길 수 있나요?
팀장 :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장 : 그럼 애자일을 도입하면 이미 잡혀있는 출시일에 맞출 수 있나요?
팀장 : 그것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사장 : 그럼 언제로 약속할 수 있나요?
팀장 : 매월 출시일을 예측하고 다달이 정확해집니다. 지금은 어떤 약속을 할 수는 없습니다.
사장 : 네? 그럼 애자일에 대한 경험은 있나요?
팀장 : 개인적인 경험은 있지만 팀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사장 : 경험도 없고, 출시일을 앞당기지도 못하고, 약속할 수도 없으면 뭐하러 하나요? 자꾸 뭐 새로운 거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이나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 그다지 생산적인 대화가 아닙니다. 사장이나 팀장이나 모두 대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사장은 그대로라고 치고, 팀장이 대화법을 바꾼다고 가정해 보죠. 중요한 포인트들은 강조를 해보았습니다.

사장 : 김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팀장 : 네. 저희 팀에 애자일을 도입해서 거시기를 개선하고 싶은데 사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장 : 애자일이 뭔가요?
팀장 :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이런 이런 점이 주요 차이점인데, 우리 팀에 도입하면 이런 저런 효과(사장님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한 말)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장 : 오, 그런가요? 그럼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팀장 : 네.
사장 : 애자일을 쓰면 제품 출시일을 정확히 맞추거나, 아니면 더 앞당길 수 있나요?
팀장 : 보장은 없습니다만, 저는 장기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사장 : 우리가 비즈니스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확실성입니다.
팀장 : 사실 현재 저희 팀이 일하는 걸 보면 굉장히 불확실합니다(몇가지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음). 애자일은 예측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애자일 도입 후에는 실제 돌아가는 시스템과 기능에 대한 테스트에 의거 좀 더 정확한 진척 상황을 매달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
사장 : 그건 좋겠구만. 근데 애자일에 대한 경험은 있나요?
팀장 : 아닙니다. 개인적 시도는 있었지만 팀 수준에서 도입은 처음입니다. 저희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른 여러 기법과 도구들처럼 성공사례도 있고 실패사례도 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확신은 못합니다. 그래서 실험이 필요합니다. 물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장 : 실험할 여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성공입니다.
팀장 :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없으면 지난 몇 년과 똑같은 수준을 맴돌거나 더 수준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현재 팀원들도 모두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장 : 네. 그럼 애자일을 도입하면 뭘 약속할 수 있나요?
팀장 : 성공하냐는 것은 제가 보장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이 시도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점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간략히 실행 계획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 보시겠습니까? (준비해온 프린트물을 건넨다)
사장 : 흠...
팀장 : 우선은 6개월간만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 6개월의 목표는 "어쩌구 저쩌구"로 잡았습니다. 현재 이 목표에 대한 우리 팀의 수준은 "얼씨구나"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에 "어쩌구 저쩌구"를 "어쭈구리" 수준으로 달성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에 대한 세부 실행 목표는 뭐, 뭐, 뭐입니다. 각각의 현재 진척 상황을 매달 사장님께 직접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애자일의 공식적 도입 여부는 6개월 후 평가에서 결정했으면 합니다. 아예 도입하지 말자란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사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에는 팀장이 그대로고 사장이 대화법을 바꾸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본적으로는 위 대화에서 팀장이 한 말들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해서 일종의 코칭을 하는 겁니다.

사장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하면 좋을 겁니다:
  • 익숙하지도 못해, 목표 출시일을 땡기지도 못해, 그렇다고 목표 출시일을 약속하지도 못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에 반해 김팀장은 어떤 이득을 기대하나요?
  • 현재 김팀장 팀의 수준은 어떠한가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 그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한 다른 옵션들은 무엇인가요? 또 뭐가 있을까요? 왜 그것은 버리고 이걸 택했나요?
  • 사람들의 의지는 어떠한가요? 하려는 사람이 많은가요,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하려는 사람의 주요 동기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반대하는 사람의 주요 이유는?
  • 이 시도가 성공하려면 저로부터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 가시적 결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요? 언제까지요? 구체적 행동계획은 있는가요? 저는 얼마에 한 번 씩 무슨 보고를 받을 수 있는가요?

--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