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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인문과학/노자

도덕경 원문 (道德經) 11~20장

by 랭님 2010. 3. 13.


11 章

서른개의 바퀴살대가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도 그 빈곳이 있어야만 바퀴로써의 쓰임이 있고 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들지라도 빈 공간이 있어야만 이 그릇으로의 쓰임이 있게된다. 문과 창문을 뚫어 방을 만들더라도 빈곳이 있어야만 이 방으로써의 쓰임이 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곳은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곳은 쓰이게 하는 것이다.

12 章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소리는 사람의 귀를 먹게 하고 다섯 가지 맛은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 말을 타고 짐승을 사냥하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의 행실을 나쁘게 만든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취하고 보이는 것을 취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고 한다.

13 章

총애를 입는 것과 굴욕을 당하는 것은 깜짝 놀랠 일을 당하는 것과 같고 큰 재앙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왜 총애를 입는 것과 굴욕을 당하는 것을 깜짝 놀랠 일을 당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가? 사랑 받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행하여지는 것이므로 얻어도 놀랍고 잃어도 놀라게 되는 것이니 이래서 총애와 굴욕은 깜짝 놀랄 일을 당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큰 재앙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왜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고 하는가? 나에게 큰 재앙이 있음은 나의 몸이 있기 때문이다. 내몸이 없으면 내게 어찌 재앙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내몸을 귀하게 여기듯이 천하를 다스리면 세상을 맡게도 되고 내몸을 사랑하듯이 천하를 사랑하면 세상을 맡겨도 된다.

14 章

그것은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지극히 큰 것이라 한다. 그것은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아주 작은 소리라 한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으므로 미세하다고 한다. 이 세 가지는 말로 따져서는 알 수가 없지만 섞어서 하나로 뭉뚱구리면 그 위는 아주 밝지 않고 그 아래는 어둡지 않으며 끊임없이 작용하므로 이름 붙일 수 없고 끝내는 무의 세계로 돌아가므로 이것을 형체없는 형상이라 하고 존재 없는 모양이라고 한다. 이를 일컬어 "황홀한 것" 이라고 한다. 이것을 맞아들이려 해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따라 가려 해도 그 꼬리를 볼 수 없다. 옛날의 도를 배워서 지금 행하여 보면 옛날의 처음을 깨달을 수 있으니 이것을 일러 도의 실마리라 한다.

15 章

옛날에 도를 잘 터득한 도사는 작고 묘한 것까지 다 통달 하였으므로 그 깊이를 잘 알 수 없다. 잘 알 수 없으므로 억지로 형용하여 본다. 예를 들자면 신중한 태도는 겨울에 살얼음판을 걷듯이 머뭇거리고 조심스럽기는 사방 모든 것을 경계하듯이 두려워하는 것 같고 의젓하고 엄숙하기가 초대받은 손님과 같고 부드러운 모습은 마치 봄날에 얼음이 녹아 풀리듯하며 꾸임 없음이 막 베어 낸 통나무 같고 마음이 시원스럽게 트이기가 골짜기 같고 모든 것을 포용하여 시비를 가리지 않는 모습은 흙탕물과 같다. 어느 누가 능히 흙탕물을 고요히 안정시켜 서서히 맑게 할 수 있겠는가? 어느 누가 안정된 것을 움직여 천천히 생하게 할 수가 있는가? 도를 터득한 사람은 가득 채우려 하지 않는다. 가득 채우려 하지 않으므로 모든 것을 다 덮을 뿐 새것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16 章

마음 비우기를 끝까지 하고 고요한 상태를 꾸준히 지키면 만물이 다투어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그것들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다. 만물은 아무리 무성하여도 각기 그 근본 되는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 한다. 이것을 운명을 따라 돌아간다고 한다. 운명을 따라 돌아가는 것을 영구불변한 것이라 한다. 영구 불변한 것을 아는 것을 밝다고 한다. 영구 불변한 것을 모르게 되면 쓸데없는 짓을 하게 되니 흉하다. 영구불변한 것을 알면 받아들이게 되고 받아들이면 공평하게 되고 공평하면 왕과도 같고 왕과 같아지면 하늘과도 같고 하늘과도 같아지면 도와 같아지고 도와 같아지면 삶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이 도를 따르면 몸을 마치도록 위태로움도 없게 된다.

 

17 章

가장 훌륭한 왕은 백성들이 다만 왕이 있는지를 알뿐이고 그 다음은 왕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그를 칭찬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백성들이 왕을 두려워 하고 꺼리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백성이 왕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왕에게 믿음성이 부족하면 백성들이 그를 믿지 않는다. 조심하여 말을 중히 여기면 공을 이루고 일을 성취하여도 백성들은 그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18 章

대도가 없어지니 인자함과 정의가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니 큰 거짓말이 나타나게 되었다. 육친이 화목하지 않을 때 효자가 생기게 되고 국가가 혼란스러우면 충신이 나타난다.

19 章

뛰어난 재주를 없애고 지혜를 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은 백배로 늘어날 것이고 인자함을 없애고 의리를 버리면 백성들은 효도와 사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교를 없애고 이익을 버리면 도둑이 없어질 것이다. 이 세가지는 글로 표현해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소속하는 바가 있게 하면 소박한 마음을 갖고 사심과 욕망을 적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20 章

학문을 없애버리면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네" 하고 공손히 대답하는 것과 "응" 하고 아무렇게나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선과 악의 거리는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가 멀어 그 끝이 없다. 세상사람들은 기뻐서 희희덕 대며 화려한 잔칫상을 받았을 때와 같이 들떠 있고 따뜻한 봄날 높은 누각에 위에 오른 듯 즐거워하는데 나만 홀로 움직임이 없는 고요속에서 마치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이와 같구나, 나른하고 어릿어릿하여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구나. 사람들은 모두 의욕이 넘치고 있건만 나만 홀로 소외된 것 같으니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무지하구나! 사람들은 모두 똑똑하고 현명한데 나만 홀로 흐리멍텅하기 만하다. 사람들은 사리에 밝고 빈틈이 없는 데 나만 홀로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기만 한 것 같다. 나는 고요한 바다와 같고 거칠게 부는 바람과 같다. 세상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있건만 나만 홀로 완고하여 어리석은 촌뜨기 같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나를 먹여 주는 어머니( = 제26장의 식량을 실은 수레 = 周天)가 있다. 나는 그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