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손 대지 말아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8-11 23:39:22
정말 피곤하다. 어떻게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그것도 용케 잘 버티며 지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기 불편한 세상.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어디 소리라도 질러대야 좀 풀어 지련지….
내년도 복지 예산을 놓고(활동보조와 치료지원) 벌이는 줄다리기는 말 그대로 ‘어이상실’이다. 그동안 복지예산은 툭하면 정부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잘려나가기 일쑤였다. 마치 심심풀이로 이놈이 쳐보고, 저놈도 쳐보고, 그리고는 아무도 책임지려 들지 않는 말들만 늘어놓으면서 땀 흘려 노력을 했지만 역부족이란 말을 해대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탁구공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때만 되면 우르르 몰려들어 ‘너희들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알아 달라’고 하는 저들을 보면서 왼손으로는 뺨을 때리면서 오른손으로는 어루만지는 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면서 기가 막힐 뿐이다.
국무총리는 무슨 회의를 열어 장애인을 위한 5개년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고는 정부의 노력을 알아달라는 투로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예산을 담당하는 쪽에서는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잡아놓은 예산을 볏단 베듯이 썽둥 잘라먹으면서 또다시 고상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사람을 헛갈리게 만들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어느 장단에 맞춰 난장을 펼쳐야 하는 것일까?
때린 놈을 보고 성을 내야 할지, 아니면 어르는 놈을 보면서 성을 내야 할지 난감 그 자체다. 정부 일이라는 것이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그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 어디에 써 먹을꼬.
활동보조예산은 지금 잡아 놓은 것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장애 인구를 보면 지금 하는 것으로는 장애인은 하루에 두어 시간만 자유롭고 나머지는 꼼짝도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나마도 없는 것 보다 나으니 점차 늘려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애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심정이다. ‘울며 겨자 먹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정부예산 절감이라는 한마디로 그렇게 예산을 깎아 내려도 된단 말인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복지 분야 정책이 그 말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가장 먼저 손을 대는 이유는 복지를 너무 우습게보기 때문인가.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고 어깨 으스대며 우쭐해 하고, 예산부처는 국방이니, 건설이니 손도 못 대면서 만만하니 복지와 교육이라고 씀풍씀풍 덜어내기 바쁘다. 일 열심히 하는 예산부처 공무원들의 잘못인지, 아니면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못하는 대통령의 잘못을 따져야 하는 것인지 머리 아프고 짜증이 난다.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그렇게 알면 될 것이다'라고 답하는 주무장관에게 묻는다. ‘그렇게’라는 것이 어떻게 알면 된다는 말인가?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려는 행태를 보이지 말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데모를 하든, 집에 틀어 박혀 지내든 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찾아가는 복지, 능동적인 복지를 실현해 반드시 복지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말의 잔치를 벌인 대통령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서 거창하니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목에 힘 들어간 국무총리는 지금 벌어지는 예산심의 과정을 보면서 할 말이 있지 않을까?
다른 것은 다 자신이 말하면 바로 지켜져야 직성이 풀리는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난도질하는 해당 부처의 행태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인가.
국무총리는 자신이 주제한 회의에서 정해진 내용들이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일인지 이해는 하고 있으며, 그것들을 실천해 가기 위해서는 지금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더 잡아야 한다고 투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비즈니스 프렌들리, 프레스 프렌들리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지켜주면서 왜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먼 산만 바라보며 짐짓 딴청을 부리는 것인가. 그렇게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짜증나고 피곤할 뿐이다.
한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어이없는 행위들을 보면서 화병 안 생기고 잘 견디면서 지내는 우리 국민들이 참말로 대단하기만 하다. 손바닥 뒤집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사람들과 앞으로 남은 기간을 함께해야 하는 이 암울함이라니….
칼럼니스트 최석윤 ( hahaha63@paran.com )